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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멕시코로 보낸 전동 휠체어

16년간 정들었던 멕시코 산퀸틴을 2년반 만에 방문했다. 오랜 기간 의료봉사를 갔던 지역이었지만 이번에는 방문 목적이 달랐다. 가는 세월에 피할 수 없는 체력의 한계로 의료봉사를 접고 택한 휴식의 낚시 여행이라 여유롭고 즐겁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무언가 빠진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오랫동안 해오던 봉사의 시간이 빠져 나사 하나가 없는 것같은 마음이 든 것이다.     전처럼 다시 동네 거리자 세일을 찾아 전동 휠체어를 구입했다.     배터리 교체와 정비는 지난 16년간 수리를 무료로 정성스럽게 봐주셨던 과묵한 김 선생님이 또 맡았다. 다리나 팔이 불편한 장애인을 찾아내는 일은 항상 멕시코 현지 주민으로 16년간 같이 봉사에 참여했던 게르모가 담당했다.     우리 일행은 현지에 도착하면 휠체어를 줄 사람을 찾는다. 사지 중 오직 한 손만 움직일 수 있는 신체 장애인을 찾아 운전할 정도의 정신적인 능력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 중에서도 가난한 경우가 최우선 순위다. 일행은 장애인에게 운전 시범을 보이고 따뜻한 대화로 사용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현지에 도착해 선천적 장애를 가진 14살에게 전동 휠체어를 선물했다. 순간 소녀의 얼굴에 실망의 표정이 어린다. 의외다. 우리 일행은 그가 겪었을 슬픔의 나날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 힘으로 몸을 이동할 수 있게 된 소녀를 보려고 멀리서 찾아 간 것이다.     그 소녀는 오른팔에 장애를 가졌는데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었다. 소녀는 오직 왼손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때 같은 호텔에 모터사이클 경주팀의 수리 기술자로 온 백인 2명이 이 광경을 보고 수리를 자원했다. 그들은 하던 일을 제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핸들을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즐거운 표정이었다. 작업을 하면서도 쉴 새 없이 소녀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들의 대화와 수리 과정을 우리 일행이 지켜보면서 아직도 지구 한 구석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들의 온정을 몸으로 느꼈다.     언제나 조금은 힘든 과정(구입, 수리, 운반, 전달 등)이지만 장애인들이 태어나 처움으로 손수 직접 이동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은 감격스럽다. 그들은 지난날의 슬펐던 시간을 잊은 듯 환호를 쏟아낸다. 이 순간 힘들었던 일은 녹아 버리듯 잊히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가슴에 따스함이 전해온다.     전동 휠체어가 그들의 두 다리가 되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게 뛰어 오른다. 이런 감정이 그동안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일이 다시 또 해보고 싶으면 추억이고, 다시 하기 싫으면 경험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동료들과 같이 이 나눔의 자리를 같이 하며 추억을 계속 쌓아갈 것이다. 그간 전동 휠체어를 받은 사람들이, 새 ‘다리’를 갖고 인생의 투사가 되어 슬픔을 극복하는 삶을 이어가기를 기원해 본다.  최청원 / 내과 의사열린 광장 멕시코 휠체어 전동 휠체어 멕시코 현지 그간 전동

20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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